6·27 대책 발표 후…강남 호가↑·강북 호가↓ 혼란 속 거래는 크게 줄어…관망세 이어질 듯
정부가 지난달 27일 강력한 대출 규제를 발표한 뒤 부동산 시장에 혼란이 확대되고 있다. /서예원 기자
#내년 초 결혼을 앞둔 30대 A씨는 서울 성동구 금호동에 신혼집을 마련하려 했다가 계획을 전면 수정하기로 마음 먹었다. 5억원 가량 대출을 받아 금호동 중저가 단지에 신혼집을 구할 생각이었으나 집을 보고 며칠 뒤 집주인이 호가를 1억원이나 올렸기 때문이다. 정부의 6·27 대책 발표 이후 입지 좋은 중저가 단지에 수요가 쏠릴 것이라는 기대감이 호가를 올린 것이다. A씨는 "예상보다 가격이 크게 올라 집 매매 자체를 미룰까 고민 중"이라며 "계획이 틀어지며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지난달 27일 정부가 수도권 내 모든 주택담보대출(주담대) 한도를 6억원으로 제한하는 등 강력한 대출 규제를 발표했다. 여기에 이달부터 스트레스DSR3단계 시행으로 대출 한도가 추가로 줄어들며 부동산 시장은 혼란에 빠졌다.
이번 대책 발표 직후 공인중개업소에는 각종 문의와 현장 방문이 이어지며 긴박한 상황이 연출됐다. 30억원대 이상 고가 아파트 중에는 호가를 크게 낮추는 사례가 포착되는가 하면, 중저가 아파트는 호가를 올리는 경우가 혼재하고 있다. 혼란 속 수요자들은 대출 가능 금액이 줄며 계약을 포기하는 사례가 늘어나며 부동산 시장 전반이 위축되는 모양새다.
비교적 가격이 저렴해 매수세가 옮겨붙는 '풍선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됐던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 '금관구'(금천·관악·구로구) 일대는 호가는 올리는 분위기지만 실제 거래는 이어지지 않고 있다.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80%에서 70%로 하향 조정됐고, 일반 디딤돌 대출 한도가 2억5000만원에서 2억으로 축소되는 등 정책 대출도 줄어들며 저소득 실수요자들의 발이 묶인 것이다.
노원구 상계동 상계주공 인근 공인중개사 B씨는 "기존에 집을 보던 고객들이 대출 한도가 줄어 자금이 부족해지자 돈 구할 방법을 찾기 위해 분주해졌다"고 전했다. 이어 "매도인들은 풍선효과로 가격이 오를 거라는 기대감에 굳이 가격을 내리지 않거고 일부는 매물을 거두는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서울에서 일부 지역은 호가를 올리고, 일부 지역은 호가를 내리고 있으나 공통적으로 거래는 줄어든 분위기다. /장윤석 기자
30억원대 이상 아파트 비중이 높은 강남3구(강남·서초·송파)도 거래가 끊겼다. 이 지역은 집주인들이 호가를 내리는 상황 속에도 대출 규제에 따른 자금 조달 부담이 훨씬 크다.
송파구 대표 단지인 엘리트(엘스·리센츠·트리지움)에서는 대출 규제 전 30억원대 아파트 매수 계약서에 사인하고 2억원의 약정금까지 썼다가 계약을 포기한 사례도 알려졌다. 향후 주택 가격이 떨어질 수 있다는 불안감에 계약을 포기했다는 전언이다. 실제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세 단지에서 지난 6월 맺은 계약 중 각 1건 이상이 해제됐다.
업계에서는 한동안 혼란스러운 분위기 속 시장을 관망하려는 움직임이 이어질 것이란 예측이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대책 발표 후 며칠이 지나지 않아 어떠한 효과가 나타날지 모르기 떄문에 매도를 하려던 사람과 매수를 하려던 사람 모두 관망세로 돌아섰다"며 "한 달 여 정도 지나 시장 상황이 가늠되고 부동산 공급 대책도 나오면 분위기가 조금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